상괭이 보전 네트워크 국내 전문가 회의 개최
- planocean
- 8월 20일
- 3분 분량

2025년 8월 11일(월) 10:30~18:00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는 상괭이 보전 네트워크 국내 전문가 회의가 열렸습니다. ‘상괭이 보전 네트워크’는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7개 국가 30여 명의 연구자 및 NGO가 모여 만들어진 보전 협력 네트워크입니다. 이번 회의는 네트워크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내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인데요. 정부 및 유관기관, 대학교, 민간 연구소 14곳에서 30여 명이 모여 연구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상괭이 유전적 특징과 개체수(Genetic Characterization/Population Assessment)에 대해 다뤄졌습니다. 충북대학교 김선민 박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국내와 일본에 서식하는 상괭이 종 분화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연구 대상 개체가 적고 다른 국가와 협력해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어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금지돈 해랑기술정책연구소장과 지오시스템 리서치의 이창래 박사는 상괭이 서식실태에 관해 발표했는데요. 금지돈 소장은 연구 방법과 대상 지역에 차이가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서해안 상괭이 개체수가 과거 2003~2005년에 비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덧붙여 이창래 박사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를 통해 서식 환경과 분포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현재는 동일한 지역을 반복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아닌 매년 다른 지역을 조사하기 때문에 개체수 변화 추정이 어렵다는 점이 서식실태 조사의 한계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상괭이가 누구이고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살고 있는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알기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이죠.


두 번째 세션의 주제는 행동 생태(Behavioral Ecology)입니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MARC에서 혼획 및 좌초 연구, 음향 모니터링을 통한 여수 지역 상괭이 생태 특징, 상괭이 골격 비대칭 연구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는 4월~6월 관찰된 신생아 상괭이의 변화를 사진 기록으로 담아 발표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상괭이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는 세션이었죠.
세 번째 세션에서는 질병 및 독성(Health Concerns and Cause of Death/Toxicology Studies)에 대해 다뤄졌습니다. 상괭이가 왜 죽었는지,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수의과대 김재환 교수는 부검의가 사체를 열고 직접 장기를 관찰하는 전통적 부검으로 놓칠 수 있거나 혹은 부검을 할 수 없을 때 보완할 수 있는 CT를 이용한, 이른바 '가상부검 Virtopsy'를 소개하며 협력 분야를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한양대 문효방 교수는 상괭이 체내에 남아있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을 분석해 상괭이가 어떤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지 파악했습니다. 연구 결과, 독소 위험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규제 조치에 따라 검출 농도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규제를 통한 관리의 효과성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죠. 인하대학교 해양동물학연구실 박병용 연구원은 상괭이 체내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발표했는데요. 연구한 상괭이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고 섭식으로 인한 유입보다 호흡으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유입이 더 위험할 수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은 상괭이와 인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는 질병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인 조류인플루엔자(AI)는 해양조류를 통한 해양포유류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이선미 야생동물질병관리원 보건연구사는 과거에 비해 감염되는 종의 수와 지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밝히며, 특히 겨울철 국내에 많은 철새가 찾는 만큼 질병 전파 위험에 노출되어있다고 강조했어요. 이동훈 건국대 수의대 교수 역시 해외에서는 이미 해양포유류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개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네 번째, 보전 노력(Conservation Efforts) 세션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김석태 연구사가 상괭이 탈출망 개발,보급, 효과성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상괭이가 죽는 가장 큰 원인은 혼획*입니다. 혼획을 저감하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은 상괭이 탈출망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죠. 그러나 탈출망 설치가 ‘권고’수준에 그쳐 어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혼획: 어업을 위해 처 놓은 그물에 목표하지 않은 종이 걸리는 것


마지막 종합 토론에서는 회의에 참석한 연구자들 모두 국내 연구 인프라가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에 적극 공감했어요. 회의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샘플이 일정 수 이상 되어야 하지만 대학이나 민간 연구자들이 사체를 구하기 매우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부검 장소나 인력 또한 부족한 상황임을 덧붙여 말했습니다. 연구를 위한 인프라 마련에는 펀딩이 필요하고 관련된 정책과 법률 개선이 필요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 또한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노력, 법률 개선 민간 투자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습니다.
*사체를 구한다고 해도 부패가 심하거나 냉동되었던 사체를 연구하는 경우가 많아 밝혀낼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음

상괭이가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살고 죽는지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연구가 필요한 이유죠.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추후 중국, 일본 등 국외 네트워크 멤버들과도 공유하며 내용을 협의하고 협력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올해 상괭이 보전 네트워크(Finless Porpoise Conservation Netowork, FPCN)는 공동 연구 및 데이터 공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자 간 소통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상괭이의 IUCN 적색목록(Redlist) 멸종위기 등급이 하향(멸종위기 Endangered, EN —> 취약 Vulnerable, VU)조정되도록하고 상괭이가 살고 있는 황해가 보호지역*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입니다.
*여기서의 보호지역은 지속가능한 어업 활동이 이뤄지고 오염물질 노출이 최소화된 지역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