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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anocean

해안가에 나타난 고래는 어떻게 될까 - 1편


고래

많은 사람들이 야생에서 고래를 만나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전율을 느낀다고 합니다. 사람 키의 열 배가 넘는 대형 고래가 그 커다란 폐의 70%의 숨을 깊은 곳에서부터 한번에 내뱉을 때, 더운 그 숨은 주변 찬 공기와 만나 멀리서 보면 마치 분수처럼 물을 뿜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연히 그 숨 안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고약한 냄새는 나지만 신비롭고 장관이었어요. 숨 쉬는 것 말고도 ‘블리칭’이라는 행동 특징, 즉, 온 몸을 물 밖으로 곧게 서듯 높게 오른 후 그대로 눕듯 등으로 철썩 소리를 내며 수면을 치는 행동이나, 가슴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를 철썩철썩 치는 행동 같은 걸 목격하면 여기가 어디고 나는 누구인지를 잊게 됩니다.


돌고래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데 배가 지나가며 만든 파도를 타고 수천 마리가 배 주위를 감싸고 함께 뜁니다. 리듬을 타며 물속에서 원투쓰리 유영을 하다 힘차게 도움 닫기하며 물 위로 점프를 여러 마리, 수백 마리 혹은 수천 마리가 함께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 적도 있습니다. 물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겠다는 듯 숨만 쉬고 다시 숨어 버리는 상괭이 같은 내향형 고래도 못지않게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돌고래떼

이게 멋진 고래들을 만나려면 우리가 그들의 생활 구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죠. 대신 죽은 고래들을 만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직접 보진 못해도 우리 대부분 ‘바다의 로또’ 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에서 고래의 죽음을 본 적이 있을 거에요.


고래는 살아있거나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가끔은 살아있는 채로 해변 가까운 얕은 물에서 이례적으로 발견되거나 아예 육지로 떠밀려오기도 하는데, 이것을 좌초(stranding)라고 합니다. 우리처럼 바다에서 늙고 병들어 노화로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사고라면, 게다가 혹시 인간 때문이라면 아니면 바다에 큰 문제가 생겨서라면 우리는 그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아내야겠죠.


오늘은 이 좌초에 대한 대응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2012년 제주에 국내에서 거의 발견된 바 없었던 뱀머리돌고래(Steno bredanensis)가 김녕 해안가 가까이로 계속 유영해 왔습니다. 사람들이 바다 먼 쪽으로 떠밀어 주었는데 또 다시 되돌아 오기를 반복했어요. 결국 인근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기관 으로 이송한지 5일만에 폐사했습니다.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결과 1미터에 육박하는 코팅 종이가 구겨진 채 소화기를 막고 있었습니다.

부검에서 뱀머리돌고래는 더 이상 유영할 힘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깡말라 있었습니다. 인간에게 구조의 신호를 보내고 싶었을지 모르고 혹은 그저 기운이 없어 어렵지 않게 호흡이라도 할 수 있는 얕은 물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수백 마리가 무리 생활을 하는 큰 돌고래는 혼자 서해 바다 연안에 무엇 때문에 왔을까요. 우리는 그 이유를 결국 모르게 되었으나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경우 수의사가 출동하여 최소한의 상태를 파악하고(육안 검사, 청진, 혈액 검사 등)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구조치료기관으로 이송하거나 즉시 안락사 하여 부검을 실시했어야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고래가 좌초되었을 때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입니다.


고래류 좌초 시 1차 대응(stranding response)

저개발 국가에서 좌초된 고래류에 대한 대응은 활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좌초 시 대응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요. 특히 미국은 ‘해양포유류보호법 (Marine Mammal Protection Act, MMPA)이 있을 정도로 해양포유류의 보전 방식이 체계화 되어있습니다. 미국 전역 바다에 1차 대응을 위한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어 NGO, 국가기관, 대형 아쿠아리움 등이 각자 맡은 구역을 책임지고 고래류 좌초에 1차 대응합니다. 눈 여겨 볼 것은 구조치료뿐만이 아닙니다. 1차 대응하여 구조치료, 안락사, 부검, 연구, 교육 등을 보전을 위한 체계적 케어를 진행하는 것이죠.


아프거나 다친 동물이 발견되었을 때 구조해서 치료를 하는, 흔히 ‘구조치료’ 라고 부르는 개념은 이런 ‘좌초 시 1차 대응’의 일부인 것입니다. 1차 대응은 전문가가 해야 합니다. 박사 학위를 가진 저명한 전문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고래의 생물학적 특징을 알고 고래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합니다. 출동하면 먼저 동물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판단합니다. 죽은 경우 현장에서 즉시 부검하거나, 관련 기관 / 네트워크 내에 부검의 필요성과 의지를 묻고 진행합니다. 부검에는 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꽤 발생하며 적합한 장소와 후처리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부검은 앞서 두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체 평가, 바다의 건강성 평가에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반드시 진행되어야 합니다.


다음은 살아있는 경우입니다. 살아있는 개체의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데요. 뉴스에서 간혹 뉴질랜드나 호주에 집단 좌초되는 경우가 나오는데 대부분 폐사하지만, 사람들이 힘을 합쳐 다만 몇 마리라도 바다로 되돌려 보내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입니다. 집단 좌초의 경우 자기장의 이상이나 지형 파악 인지 실패 등으로 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단 좌초되면 중력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가급적 빨리 바다로 돌려 보내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제주도에서 130마리 내외 개체수를 유지하며 무리 생활을 하는 남방큰돌고래가 서해안에서 단독으로 발견되었으며 뭍에 가까이 온 사건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죠. 다음 편에서 우리나라의 고래 좌초 대응 현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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